간증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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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의 여인이 있습니다. 십여년 전 성탄절 즈음에 남편과 딸들에게 총을 쏴 남편을 살해하고 딸들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살인 및 살인미수죄로 4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아직 34년의 형기가 더 남아있습니다. 지난 6년여 동안 그분과 교제해오면서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어루만져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절망과 죽음의 나락에 떨어져 있던, 이역만리의 감옥에 버려진 연약한 한 영혼을 주님께서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하고 계시는지, 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072월 그 분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서로 마음을 열어 대화하며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바로 당신처럼 애통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셨고 지금도 함께 계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답장이 없었습니다. 그 후, 그 분을 생각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거의 매일 기도를 했습니다. 그 해 여름 또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갇혀계신 분들이나 밖에 있는 사람들이나 다를 바 없는 죄인이라고, 세상의 법은 단죄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돌아온 탕자처럼,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처럼 따뜻하게 맞이하고 용서하실 것이라고.그러나 역시 답장이 없었습니다.

 

그해 가을, 세번째 편지를 보냈는데, 마침내 짧막하게 답장이 왔습니다. 모르는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기도해주고, 정성의 선물을 보내주어 고맙다고. 답장을 받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얼마 후, 그 분을 만나러 갔습니다. 처음 만나던 날, 그 분은 몹시 긴장한 듯 땀을 흘리며 몸을 떨었습니다. 눈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헤어질 때는 그 분의 손을 잡고 기도를 했습니다. 밖에 있는 저희는 잠시 다녀가지만 주님께서 늘 함께 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그런데, 2008 2, 다시 방문하러 갔을 때, 그 분은 만남을 거절했습니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면회를 거절당했지만, 그 분에게 서운한 마음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 분의 심신이 걱정되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다시 그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재소자 사역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한 달에 한번 정도 그 분을 만났고, 편지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영적으로 업/다운을 반복했습니다. 마음에 평화가 있을 때는 칠순의 장로님으로부터 첫 사랑 이야기를 듣고 큰 소리내어 웃을 만큼 유쾌했습니다. 그럴 때 보내온 편지에는, “요즈음엔 제 자신도 작은 걸음이지만 한발짝, 한발짝씩 예수님과 가까와지는 제 모습을 가끔씩 발겨하곤 합니다. 저에게는 놀라운 기적이에요. 서서히 제 고집이 꺾이고, 크신 분의 힘이 느껴질 때가 많아졌음을 고백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할렐루야.”라고 써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침체가 될 때는 아예 면회를 거절했습니다.

 

그 분에게는 언니가 한 분있는데, 천사같은 분입니다. 그 언니는 사건이 나고나서 순전히 동생 옥바라지를 위해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 언니는 동생의 상처받은 두 딸, 즉 아직도 엄마를 용서못하고 있는 자신의 두 조카를 극진한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2010 9월 이후  그 재소자 분은 또다시 면회를 거절했고, 언니를 통해 듣기로는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언니가 와도 아무 말없이 잠시 앉아 있다가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거의 매달 한번씩 여자교도소를 방문했지만, 그 후 2년 가까이 그 분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종종 편지를  썼지만 답장이 없었습니다. 언니로부터 그분이 손가락하나 까닥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반년 정도 한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돌아올 계획인데, 동생에게 자신이 한국 다녀올 동안 꼭 그레이스 교회 분들 만나라고 신신당부를 했으니 한번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니가 떠난 후 우리 교회 장로님과 집사님이 잠깐 만났을 뿐.면회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도 없는데 반년 넘게 혼자서 외롭게 지낼 그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초에 교도소 방문을 하는데 그 분을 만날 수 있을 것같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가는 도중 오늘은 그 분을 꼭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분이 나왔습니다.  5년 전 처음 만나던 날처럼 긴장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날 그 분과 단둘이 앉아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분은 심신이 몹시 힘들지만 그래도 기도를 해보려고 애쓴다고, 날이 풀려 운동도 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데, 우리가 주님을 포기할 수는 있어도 결코 주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기에 반드시 그  분을 일으켜 세우실 것이라는  믿음을 주셨습니다.

 

올해 3월 중순 여자교도소가 세 시간이 넘는, 더 먼곳으로 옮겨졌고,저희는 지난 토요일, 새로 옮긴 여자교도소를 방문했습니다. 가는 동안  마음이 설레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분은 놀라울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다음과 같이 간증을 했습니다. 새로 이전한 곳은 원래 남자 교도소였는데, 이번에 2천명이 넘는 여성 재소자들이 수감되는 여자 교도소로 바뀌게 되었답니다.  옮기고 나서 며칠 후, 하루는 운동을 하려고 체육관에 갔는데, 남자들이 쓰던 곳이라 몹시 지저분했답니다. 그 때 그 곳의 책임자가 재소자들 중 청소할 사람 손들라고 하기에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손을 들었고, 한국 여성 특유의 성실성과 깔끔함으로 완벽하게 청소를 했답니다. 그 책임자는 감탄을 했고 그 분에게 일자리를 주었습니다. 재소자들 대부분이 일하기를 원하지만 오직 소수의  5% 정도에게만 일자리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여가체육부는 운동기구를 관리하고 재소자들과 운동을 함께하는 일자리라서 가장 인기가 높은데, 그 분이 그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분은 운동을 무척 좋아하고, 또 방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야드나 체육관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기에, 그 분에게 꼭 필요한, 가장 알맞은 일이었는데, 새로운 곳에 가자마자 주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그래, 그 분은 이 모든 일이 주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며 감사했습니다. 요즈음 날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고 있고, 주일에는 예배도 드린다고 합니다. 더우기, 이제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도 안먹게 되었고, 대신 기도와 운동에 의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주신 평화가 마음에 있기에, 주변 재소자들이 시비를 걸어와도 참을 수 있다고, 설혹 자신이 다시 영적으로 침체가 될만한 상황이 되어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겨나가겠다고,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려고 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날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내내 비가 조용히 내리는 봄길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비정한 담장, 끝없이 닫히는 철문, 그 절망스런 그늘진 곳에도 한 영혼을 귀히 여기시는 주님의 사랑은 변함없이 임하십니다. 그리고, 그 주님의 사랑은 그 분들과의 만남 속에서 얼치기 신자인 저에게도 은혜로 다가옵니다. 하여, 도대체가 예수쟁이가 될 수 없을 것같은 저를 주님께서 포기하지 않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누구나 아주 가끔 선할 수 있지만, 오직 주님의 사랑만이 변함없이 선합니다. 자신이 선하다는, 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존재를 잊게하기에, 교만함을 넘어서서, 하나님과관계를 단절하는 심각한 영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님은 늘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지만, 우리의 모든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다 없애주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평화와 위로를 주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에 우리에게 주님의 영을 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신다고 믿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면회를 거절하며 힘들어 할때, 어느 늦겨울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분에게 보낸 편지 한구절로 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도, 아무리 미운 사람과도 백년을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인생은 짧고, 우리 모두는 다 머지않아 하나 둘 사라져갈 것입니다. 자매님의 삶, 고통, 과거,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아니, 꿈속에서도 진저리가 날 것같은 절망스러운 하루 하루들그러나, 어찌할까요? 실패한 인생이라고 절망하기에는 겨울 햇살이 너무 곱잖아요. 저주받은 삶이라고 포기하기에는 자매님의 하얀 손이 너무 아름답잖아요. 담장 밖의 이 세상 사람들, 잠시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마냥 행복한 이는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감각적인 사랑과 즐거움들 모두 머지않아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래, 창조주가 주는 사랑 속에서, 그 분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영혼 속에도 그 분이 주신 의미와 사랑이 있다고 받아들일 때, 우리 인생은 진정 행복하게되고, 비로소 의로워진다고 믿습니다. 자매님, 너무 서러워마세요. 그러나, 저의 말로 자매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어요? 다만, 따뜻한 피와 체온이 남아있는 십자가를 한번 만져보세요. 그리고 꼬옥 안아보세요. 감히, 우리 삶의 본질적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계절이 바뀝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봄,여름,가을, 겨울의 구분이 본질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직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할지 정답은 자명합니다. 당신을 위해 변함없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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