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5
동생 생일날 
 
저녁 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영철이 주문을 받기 위해 아이들 쪽으로 갔을 때
 
큰아이가 동생들에게 물었다.
 
"뭐 시킬까?"
 
"짜장면" 
 
"나두......"
 
"아저씨, 자장면 두 개 주세요."
 
영철은 주방에 있는 아내 영선에게
 
음식을 주문한 후 난로 옆에 서 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말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근데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아무 것도 못 먹겠어."
 
 일곱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 아파서 못 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같이 저녁도 먹구.
 
" 아이의 여동생은 건너편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고있는
 
 
제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영선이 주방에서 급히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왜? 아는 애들이야?"
 
"글쎄요. 그 집 애들이 맞는 거 같은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영선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영선의 갑작스런 물음에 아이는 어리둥절해했다.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
 
개나리같이 노란 얼굴을 서로 바라볼 뿐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한 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그녀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있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옛날엔 걸음마도 잘못하더니."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굳어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다 줄게."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차 조심하구..... .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영선은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이 저만큼 걸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제 키를 키워 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철은 영선에게 물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 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해서....."
 
 
"그랬군..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오경선 제공-
 
  
"부르짖는 빈민과 도와줄 자  없는 고아를
 내가 건졌음이라"(욥기29:12)